단순할수록 선명하다. 재고 따지지 않고 ‘즐거운 일’이라는 확신 하나에 용기가 생긴다. 국내 1세대 마크라메 아티스트인 변지예 작가의 도전은 늘 그래왔다. 손끝으로 맺어지는 매듭은 느리지만 지루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참 견고하다. 소소하게 즐거운 삶이 그렇듯이.

도전과 충전, 일상을 채우는 조화

도전과 충전, 일상을 채우는 조화

“마크라메를 통해 혼자 보내는 시간을 더 즐기게 됐어요. 자신에게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더라고요. 원래는 활동적이고 함께 어울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나의 내면이 건강해야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건강하게 유지되더라고요. 바쁠수록 나를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나 홀로 캠핑을 떠나고, 숨이 턱 밑까지 찰 정도로 격렬하게 테니스를 즐기며, 물살에 몸을 맡기는 서핑에도 푹 빠져 있는 변지예 작가. 몸이 고단해야 즐겁다는 그녀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조화로움 속에 그 답이 있다. 활동적인 취미와 다르게 집에서는 음식을 만들고, 식물을 돌보고, 반려견과 산책하며 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에너지를 채우는 데도 공을 들이는 편이에요. 특히 이너뷰티를 꼼꼼하게 챙겨요. 평소에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은 지양하고 당은 줄이고 있어요. 대신 단백질 비율은 꼭 지키고, 이왕이면 유기농 식품을 먹죠. 빠르게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비법 중 하나는 정관장 홍삼이에요. 예전에는 홍삼정을 꾸준히 먹었고, 요즘은 홍삼정 에브리타임 필름을 먹고 있어요.” 마크라메는 얼핏 정적인 작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꽤나 역동적이다. 긴 실을 엮기 위해 서서 작업하는 시간이 길고, 팔을 휘두르는 동작이 반복된다. 한번 매듭을 묶을 때마다 제법 힘이 들어가기에 체력 소모도 상당하다. 그래서 오히려 책상에만 앉아 있는 이들에게는 목, 어깨, 팔 근육을 새롭게 자극하는 운동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디스크가 심한 편인데 마크라메를 하고 나서 허리와 어깨 통증이 사라졌어요.”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단련해주는 마크라메는 사실 한계가 없다. 실을 엮어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새로운 디자인은 무궁무진하다. 덕분에 오래 붙들고 있어도 지루할 틈이 없다. 스스로 ‘매듭 언니’라 소개하는 변지예 작가는 훗날 ‘마크라메 할머니예요’라고 인사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LA와 팜스프링스에는 로비부터 객실, 루프톱 바까지 공간 전체를 마크라메 콘셉트로 디자인한 호텔이 있어요. 저도 의류와 가구 매장, 포토 스튜디오나 카페의 일부 공간을 장식해보았는데요. 전체적인 공간 디자인에도 참여해보고 싶어요.기회가 된다면 나만의 색을 담은 작품을 소개하는 작은 전시도 열고 싶고요.” 변지예 작가의 마크라메 작품은 선이 굵고 심플하다. 여러 매듭을 섞지 않고 패턴의 반복이나 로프의 굵기와 소재로 재미를 주는 게 특징. 덕분에 화려하진 않지만 어떤 공간에도 어울리는 담백한 멋이 실린다. 매듭 하나로 무심한 공간이 특별해지듯 때론 일상에도 색다른 매듭이 필요할 때가 있다. 원하고좋아하는 걸 즐기는 순간 퍼지는, 마음의 떨림이 엮어내는 매듭 말이다. 오직 즐겁고 좋아서 덤벼든 변지예 작가의 마크라메 매듭은 그래서 더 단단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 서른이 넘어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딛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고민이 필요할까?
  • 서른이 넘어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딛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고민이 필요할까?

    마크라메 공예에 빠진 변지예 작가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미국 포틀랜드 빈티지 가구점에서 우연히 만난 마크라메 작품들. 무엇인지도 모르고 찍어둔 사진이 문득 떠오른 건 이사 후 셀프 인테리어를 계획하면서였다. 페인트칠부터 몰딩까지 웬만하면 스스로 해내는 그녀에게 맨손으로 한 땀 한 땀 엮어가는 마크라메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 서양식 매듭 공예가 제대로 소개되기 전이라 외국 서적과 동영상을 보며 독학으로 첫 작품을 만들어야 했지만 말이다. “마크라메는 오직 손으로 매듭을 지으며 완성해나가요. 기본 매듭법만 익히면 초보자도 쉽게 배울 수 있고, 정해진 답 없이 끊임없이 발전시켜가는 매력이 있죠. 인테리어 소품에서 가방, 액세서리, 옷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고요.” 나뭇가지를 지지대 삼아 흰 실로 엮어낸 마크라메 행잉월은 이국적 휴양지를 떠오르게 한다. 성글게 엮은 가방에는 느긋한 일상의 여유가 담긴 듯하다.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던 그녀가 국내 1호 마크라메 스튜디오인 ‘끌레드륀느’를 연 건 마크라메로 더 즐겁고 행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나아가 다른 이들도 분명히 좋아하리라는 확신까지.

“무엇을 선택할 때의 기준이 명확해요. 내가 정말 원하고 즐기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이 ‘그렇다’라면 밀고 가는 거죠."

“무엇을 선택할 때의 기준이 명확해요. 내가 정말 원하고 즐기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이 ‘그렇다’라면 밀고 가는 거죠." 이 단순하고 선명한 논리 덕분일까. 변지예 작가는 2년 전, 내추럴 와인 전문 와인 숍을 열었다. 유기농으로 기른 포도를 전통 방식으로 발효시킨 내추럴 와인, 그 맛에 완전히 빠져든 게 시작이었다. 좋은 걸 나누고 싶어 선물하다 보니 더 다양한 내추럴 와인에 욕심이 생겼고, 구하기가 쉽지 않자 직접 매장을 차린 것. 그녀에게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수순이었다. 얼핏 과감하고 놀라운 도전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에게 충실하고, 일상의 즐거움을 아는 이에게만 보이는 기회가 아니었을까. 안 가본 곳, 안 먹어본 음식을 좋아하는 호기심 가득한 그녀이기에 감지해낸 신나는 일상의 변주였다.